
경찰서 앞을 지나칠 때마다 저는 괜히 마음이 든든해지는 편입니다. 생각해보면 불법, 교통 정리, 마약, 사기, 보이스피싱, 치매 어르신 수색, 아동 실종까지 안 하는 일이 없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영화 하나를 보게 됐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남았고요.
실화가 더 무서운 이유: 오판과 허위 자백
영화 끝장 수사는 네 가지 실제 사건에서 뼈대를 가져왔습니다. 그중 제가 직접 찾아보다 가장 충격받은 건 하시카가 사건이었습니다. 1990년에 4살 아이가 살해당했고, 버스 기사 한 명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17년을 복역한 뒤, DNA 감정 결과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17년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 중 17년이 통째로 사라진 거예요.
여기서 DNA 감정이란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개인을 특정하는 기술로, 범죄 수사에서 용의자의 체액, 머리카락, 피부 세포 등을 대조해 범인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입니다. 이 기술이 1990년대 초에는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탓에 오판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1968년 손호의 오시오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쇄 강간 살인 사건의 진범이 증거 부족으로 석방됐는데, 그 후에야 다른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처벌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사 단계에서의 허술한 증거 수집과 입증 실패가 추가 피해자를 낳은 셈입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 즉 경찰이 잘못된 방향으로 수사를 확신해버리는 순간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등장합니다. 형사 최재혁이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굿 캅, 배드 캅 전략이 나오는데, 여기서 굿 캅, 배드 캅이란 수사관 두 명이 각각 회유자와 압박자 역할을 나눠 피의자의 심리적 저항을 무너뜨리는 심리 신문 기법입니다. 이 장면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실제로 저도 예전에 뉴스에서 강압 수사 논란 사건을 접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던 내용이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결국 영화 속 피의자 조동우는 경찰 앞에서는 자백했지만 법정에서는 이를 번복합니다. 강압 수사와 가족 협박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허위 자백 문제는 국내 사법 현장에서 실제로 반복되어 온 문제입니다. 한국 형사 절차에서 자백의 증거 능력과 임의성 판단에 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법률구조공단).
오판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증거 부족 상태에서의 무리한 기소
- 심리적 압박에 의한 허위 자백 유도
- DNA 등 법과학 감정 기술 미적용 또는 지연 적용
- 수사 과정에서의 조직 내 압력과 묵인
재벌 순경 김중호, 그리고 경찰에 대한 제 솔직한 생각
솔직히 이 캐릭터는 처음에 좀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할아버지 상속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 3세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가, 네티즌과 3,000만 원짜리 내기를 하면서 두 달 안에 경찰 시험에 합격하기로 했다는 설정이거든요. 근데 실제로 1차, 2차 모두 수석으로 통과해버립니다.
여기서 수석 합격이란 단순히 점수가 높다는 게 아니라, 필기, 체력, 면접 등 전 과정 종합 성적 1위를 의미합니다. 경찰공무원 시험은 형사법, 경찰학개론, 헌법 등 전문 과목 외에도 체력 검정과 신체 조건까지 갖춰야 하는 시험입니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 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경찰청). 그 시험을 두 달 만에 수석으로 통과했다는 건 설정상 과장이긴 해도, 그래서 더 웃기고 또 묘하게 통쾌합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 투입된 김중호가 람보르기니를 끌고 다니고 SNS 인플루언서 활동을 계속하자 상부가 발끈합니다. 결국 최재혁의 서에 전출됩니다. 최재혁 입장에서는 골치 덩어리가 배달된 셈이고, 상부로부터는 중호를 스스로 사표 쓰게 만들면 감찰을 종결해주겠다는 딜을 제안받습니다.
제가 직접 본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교회 헌금 절도 사건입니다. 4만 9천 원짜리 사건에 중호가 셀카를 찍으면서 들어가는데, 막상 절도 수법 분석으로 PC방 위치를 특정하고 범인을 잡아냅니다. 신입이 범인을 쫓는 사이 차 안에서 피 묻은 망치까지 발견되면서 단순 절도가 훨씬 큰 사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영화는 전반부보다 후반부에서 평가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끝장 수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몰입감이 올라간다는 평이 많습니다. 거기에 이솜이 검사 역으로 합류하면서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이 더해진다고 하니,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평소에 막연하게 고마운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 내부의 압력과 균열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꿈을 가지고 공부하는 청년들, 매일 순찰하고 제보 전화를 받는 분들이 조직 내 부조리에 맞서야 하는 현실이 화면 밖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요.
끝장 수사는 단순히 범인 잡는 오락 영화가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의 오판 가능성, 허위 자백의 위험, 조직 내 압박이 개인의 정의감과 충돌하는 구조를 꽤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리고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4월 2일 개봉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