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고 그냥 액션물이겠거니 했는데,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은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투견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제 가슴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저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그 장면들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투견과 동물학대, 영화 속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영화의 주인공 더글라스는 투견(鬪犬) 사육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투견이란 개와 개를 강제로 싸우게 만들어 도박이나 오락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로,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아버지는 이걸 생계 수단으로 삼고, 더글라스에게는 오직 폭력으로만 대했습니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알기에, 그 반대 상황이 얼마나 잔인한지 내장이 뒤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영양제 챙겨 먹이고, 산책도 시키고, 강아지 유치원까지 보내는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더글라스의 형은 싸움 날까지 개들을 굶기려 했습니다. 이건 동물학대 중에서도 기아 학대에 해당합니다. 기아 학대란 의도적으로 먹이를 주지 않아 동물을 극도의 고통 상태에 놓는 행위입니다. 동물권(Animal Rights)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런 행위가 아직도 현실에 존재한다는 게 무섭습니다. 동물권이란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서 기본적인 생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동물 학대 신고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동물 학대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으며, 그중 방임과 유기로 인한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더글라스가 결국 개들의 도움으로 철장에서 탈출하고, 12년 후 형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눈여겨본 건 복수 그 자체보다, 더글라스가 개들과 함께 폐공장으로 이동해 유기견 보호소를 차린다는 설정이었습니다. 학대받은 인간이 오히려 학대받은 존재들의 보호자가 되는 구조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도그맨이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 학대는 피해자를 만드는 동시에 가해자를 스스로 파괴한다
- 사랑받지 못한 존재가 사랑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공감이다
- 구원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고, 매일 곁에 있는 존재에게서 온다
유기견 문제와 반려견 문화, 우리가 마주한 현실
영화 중반, 더글라스가 운영하던 유기견 보호소에 민원이 들어와 강제 폐쇄 명령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영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졌습니다. 국내 유기견 문제도 정말 심각하거든요. 요즘 도로에서 씻지도 못하고 털이 다 엉킨 채 돌아다니는 반려견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광경을 한 번 보면 그날 하루가 다 우울해집니다.
유기견 발생의 주요 원인은 반려동물 사회화 실패에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회화(Socialization)란 어린 시기에 다양한 환경, 사람, 동물에게 노출시켜 불안과 공격성을 줄이는 훈련 과정입니다. 이 과정 없이 키워진 반려견은 행동 문제가 생기기 쉽고, 보호자들이 이를 감당 못해 결국 유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글라스가 개들과 교감하며 훈련하는 방식이 이 사회화 원리와 닿아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반려견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훈련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는 모습이 마치 제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출근하고 돌아왔을 때 달려와 반겨주는 그 순간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키워본 사람만 압니다. 사람도 잘 반겨주지 않는데 반려견은 항상 저만 바라봅니다. 그게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유기는 처벌 대상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유기할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처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더글라스 같은 이야기가 영화 밖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뤽 베송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였을 겁니다. 신마저 외면한 사람도, 개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도그맨은 거창한 영웅 서사가 아닙니다. 학대와 소외 속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가 결국 사랑받는 존재들을 통해 사람으로 다시 서는 이야기입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혹은 동물학대나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있는 반려견을 한 번 더 안아주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